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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민이 그를 선택한 이유

10월 21일
5분 분량

​문화로 도시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이천의 젊은 시장, 성수석

연극 무대에서 지역정치로, 성수석 이천시장이 말하는 도시의 미래

반도체의 성장을 시민의 삶으로…재정분권·도농 격차·햇빛소득·축제를 묻다


2026-10-16 성수석 말하고 박성미 쓰다

[ 편집자 주 ] 이 글은 2026년 8월 24일 「지방정치를 가다」 이천 타운홀에서 성수석 이천시장이 한 발언을 중심으로 정리한 편집 인터뷰입니다. 당시 발언의 기록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내용과 논리 전개, 주요 사례와 표현을 최대한 보존했습니다.


쌀과 도자기, 반도체는 이천을 설명하는 익숙한 이름이다.

그러나 이 세 단어만으로 이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반도체 산업이 성장해도 농촌에서는 고령화가 깊어지고, 좋은 일자리가 있어도 교육과 의료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축제에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과 그들이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는 것 사이에도 거리가 있다.

성수석 이천시장은 그 간격을 이야기했다. 햇빛소득마을의 주민부담금을 지자체가 보증해주는 전국 최초의 실험부터 지역 상권과 연결시킨 축제, 농촌 어르신들의 식사와 돌봄까지.

연극배우로 시작해 지역의 문화 현장을 온 몸으로 누볐던 그에게 이천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연극배우에서 시장이 되기까지


성 시장은 자신의 출발점을 연극배우라고 소개했다. 젊은 시절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에 참여했고,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들과 만났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그가 동료 연극인들과 고향으로 내려온 것은 지역에서 활동의 기반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지역에서 예술을 하며 살아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다. 공연을 만드는 일만큼 단원들의 생계를 이어가는 일이 절실했다. 지원사업을 알아보고 행정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유였다. 예술인들의 조직을 만들고, 협동조합과 지역 공동체의 운영 방식을 배우면서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제도와 행정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그에게 '정치'가 보였다. 더 많은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와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치'라면 한번 해보고 싶었다. 정당의 지역 활동을 거쳐 경기도의원이 되었다. 조례와 예산이 현실을 바꾸는 과정을 경험하는 놀라운 시간이었다. 의정활동을 시민들에게 보고할 때 돌아오던 격려가 그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한 일을 제도로 만들고, 예산을 통해 실행하고, 그 결과를 주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는 '정치'가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을 통해 공공기관 운영도 경험하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정치인이 아니었다.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에서 출발한 고민이 지역 예술인의 활동 조건으로, 다시 시민의 기회와 생활을 바꾸는 문제로 점차 넓어진 셈이다. 네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그 시간 속에서 늘 가족에게 미안했고 지금도 미안함의 연속이다.


재정까지 분권해야 진정한 지방자치입니다


지방정치의 미래를 묻자 성 시장은 재정분권을 먼저 꺼냈다. 지방정부의 권한과 의사결정 범위는 과거보다 넓어졌지만, 필요한 사업을 실제로 집행할 재정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많이 의존한다는 진단이다.

지역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어도 그 일을 할 돈이 없다면 자치의 실질은 제한된다. 그는 권한의 이양과 함께 재정적 자율성이 커져야 진정한 지방분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지방정부의 사정이 같다고 보지는 않았다. 이천처럼 기업 활동을 통해 세입을 확보하는 도시가 있는 반면, 자체 재원이 부족한 지역도 있다. 성 시장은 중앙의 재정 지원과 함께 각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의회와 단체장의 역량에 대해서는 변화의 가능성을 읽었다. 정보 공개가 빨라지고 시민들이 SNS와 미디어를 통해 의견을 나누면서, 지역의 의사결정을 살피고 평가할 여건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지방자치는 권한을 지방으로 옮기는 일과, 시민이 그 권한의 쓰임을 확인하는 일이 함께 가는 과정이다.


재정 여력이 커진 이천에서 이 질문은 더욱 구체적이다. 이천시는 지난 9월 총 2조130억원 규모의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당시 발표에서 시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조성해 반도체·첨단산업과 수도시설 등 향후 대규모 투자 수요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늘어난 재원을 당장 어디에 쓰느냐와 함께, 미래를 위해 얼마나 남겨둘 것인가가 시정의 과제가 된 셈이다.



시민들이 지켜낸 세수로 이천의 미래를 준비합니다


재정분권에 관한 생각은 경기도의 법인지방소득세 공동세원화 문제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성 시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다른 지역과 나누자는 논의에 대해, 이천이 그동안 감당해온 규제와 기업의 성장 기반을 지켜온 과정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세수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행운이 아니다. 수도권과 수질보전 관련 규제 속에서 기업의 증설을 요구하며 시민들이 힘을 모았고, 그 과정이 오늘의 산업 기반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오랜 제약에 대한 고려 없이 호황기에 들어온 세수만 나누자고 해서는 시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반도체 경기의 변동성도 짚었다. 기업 실적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지방정부가 확보하는 세입은 달라진다. 성 시장은 호황기의 재원으로 다음 산업 기반과 도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세수가 줄어드는 시기의 어려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시의회에서도 공식 의제로 다뤄졌다. 지난 8월 20일 시의회는 본회의에서 ‘경기도 법인지방소득세 공동세원화 추진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다만 성 시장은 경기도와의 공동사업에는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년 창업이나 주거 지원처럼 경기도가 추진하려는 사업을 이천에서 실행한다면, 시가 재원을 함께 투입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도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면서 이천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오는 협력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다.


농촌의 삶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산업도시의 성장과 농촌의 삶 사이에 생기는 격차를 묻자, 이천 안에서 서로 다른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소득이 늘어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농촌에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이어진다. 도시 안의 어떤 지역에서는 학교를 더 지어달라고 요구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학생이 줄어 학교의 존속을 걱정한다는 것이다.


그가 시정의 큰 과제로 꼽은 것은 정주 여건이다. 이천에 좋은 직장이 있어도 교육과 의료, 교통이 충분하지 않으면 가족의 생활 터전은 다른 도시로 옮겨갈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이 지역의 소비와 생활로 이어지게 하려면, 이천에서 일하는 사람이 이천에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시정 계획에서 그는 교육 지원 확대와 의료 접근성 개선을 담았다. 이천형 달빛어린이병원, 생애주기별 복지안전망 등이 그것이다. 농촌 어르신들에게는 가까운 곳에서 식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고 했다. 성 시장은 평일 경로당 급식을 확대하고, 균형 잡힌 식단과 조리 지원을 갖춘 통합돌봄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관심은 복지사업을 늘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그는 반도체 세입에만 기대기보다 마을이 수익을 만들어 돌봄에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햇빛소득마을, 어르신들 자부담은 시가 보증하겠습니다


태양광 발전 수익을 마을이 공유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주민이 먼저 투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은 앞서가는데 주민들이 같이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고령 주민에게는 앞으로의 수익보다 당장 부담해야 할 돈과 빚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햇빛소득마을의 자부담 문제를 성시장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었다.


성 시장은 지역 금융기관을 설득했다. 시가 보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발전 수익의 일부로 투자금과 금융비용을 갚아가면서 주민이 소득을 얻도록 하겠다는 구상이고 이것은 지자체 어디서도 아직 실행된 바 없다. 실제 이천시는 햇빛소득마을 80곳 이상의 조성을 목표로, 주민 자부담률을 15%에서 10%로 낮추고 차액 5%를 시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자금 마련이 어려운 마을에는 지역 금융기관 융자 연계도 검토하고 있다.


햇빛소득의 쓰임은 마을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발전 수익을 교통과 의료, 교육과 돌봄에 활용하는 것이다. 농촌의 유휴공간이 전기를 생산하고, 그 수익이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탱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성 시장은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사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생산한 전기를 공급할 전력망과 전기를 사용할 수요처가 있어야 한다. 그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를 설명하며, 에너지 수요가 큰 반도체 산업과의 연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축제의 틀을 넘어, 서로 연결하고 확장하겠습니다


농산물을 알리고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된 축제들이 성장했다.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 축제를 처음 만드는 일부터 했던 성시장은, 축제들이 서로 연결되고 서로 다른 콘텐츠를 결합하는 새로운 '축제'를 구상 중이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 열리고 있던 이천쌀문화축제도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었다. 25회가 된 쌀문화축제는 올해 처음 복하천 수변공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축제추진위원회는 장소 이전과 함께 부발달집축제, 소기업·소상공인 빅세일전, 첨단드론대전 등 축제와 축제를 연결했다. 쌀 중심 축제현장에 지역 상권이 들어와있고 새로운 볼거리들이 줄지어 있다.


그의 또하나의 고민은 '머무는 관광'이다. 서울과 가깝다는 장점은 방문객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조건이지만, 당일 방문 뒤 돌아가기편리한 조건이다. 축제 방문이 숙박과 지역 소비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문화재단을 문화관광재단으로 확대하고 도자·축제·수변공간을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도시 조성을 제시한 이유다.


이천의 문화도시는 이미 있는 자원들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쌀을 기르는 농민과 도자기를 빚는 예술인, 지역의 상인과 축제를 찾는 사람들이 서로 만날 때 문화는 도시의 생활과 경제로 이어진다. 성 시장이 구상하는 축제의 '확장'은 그 접점을 넓혀보려는 시도다.


동료 배우들과 지역에서 살아갈 방법을 고민했던 그는, 이제 시민들이 이천에서 살아갈 조건을 고민하는 자리에 섰다. 연극배우에서 시장이 되기까지 역할은 달라졌지만, 그는 일관된 고민과 일관된 숙제를 안고 살고 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적어도 그는 그 답을 찾은 듯 보인다. 그를 만나니 이천의 미래가 보인다.



참조

  1. 경기도의회, 한국도자재단 등 공공기관 관계자 접견: https://www.ggc.go.kr/site/main/xb/lwmkr/lawmakerpressrelease/264044

  2. 연합뉴스, 2026.9.1, 이천시 예산 2조원 돌파…2조130억 규모 3차 추경안 편성: https://www.yna.co.kr/amp/view/AKR20260901081000061

  3. 이천시의회, 의안번호 9-41, 공동세원화 반대 결의안: https://council.icheon.go.kr/content/bill/billSearch.html?daesu=0&f_bill_proposer=&fcode=&page=5&pg=vv&process_code=&thid=4370&title_code=

  4. 프레시안, 2026.10.6, 성수석 이천시장 이천의 미래 성장 기반 본격 구축: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6100612401692704

  5. 중도일보, 2026.10.7, 성수석 이천시장 민선 9기 취임 100일 시정 로드맵 발표: https://m.joongdo.co.kr/view.php?key=20261007010001758

  6. 뉴시스, 2026.8.13, 이천시 햇빛소득마을 80개 이상 만들어 주민 상생: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813_0003748390

  7. 이천쌀문화축제추진위원회, 2026.8.14, 복하천수변공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이천쌀문화축제: https://ricefestival.or.kr/inform/inform.php?board_idx=65&mode=view&page=1&sp=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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